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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4.05.30 <DJ헤라의 꼭 봐야할 영화>잊혀진 사람들(Los Olividados 1950)

<DJ헤라의 꼭 봐야할 영화>잊혀진 사람들(Los Olividados 1950)

<잊혀진 사람들>은 사회문제를 다룬 영화의 전통을 떠올리게 하지만 동시에 그 한계를 훨씬 넘어선다. 멕시코 시티의 빈민가를 배경으로 한 루이스 부뉴엘의 이 통렬한 대작은 두 불운한 소년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착하게 살려고 애쓰는 페드로와 악마처럼 불시에 여기저기서 나타나 페드로를 탈선시키려는 나이많은 구제불능의 하이보. 이탈리아의 네오리얼리즘에 비판적이었던 부뉴엘은 리얼리즘이라는 개념을 꿈과 시와 부조리 등의 본질적인 것까지 포함할 수 있도록 확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한 것은 페드로의 악몽과 죽어가는 하이보의 눈에 보이는 환영으로 제시된다. 뒤얽힌 죄의식과 소망은 페드로의 악몽속에서는 배고픈 그에게 어머니가 내미는 날고기 조각으로 변하고, 주겅가는 하이보에게는 죽음의 천사가 길고 어두운 길로 자신을 인도하는 지저분한 개의 모습으로 나타난다.

 

부뉴엘의 저주받은 도시에 사는 또 다른 길잃은 영혼으로는 짓궂은 맹인 거지 까르멜로와 까르멜로가 노예처럼 부리는 버려진 소년 오히또스, 성적 매력이 물씬한 소녀 매체, 하이보에게 살해 당하는 착한 훌리안이 있다. 매체의 맨살이 드러난 허벅지에 우유를 끼얹는 장면은 이 영화의 도발적인 여러 장면 가운데 하나다. <내쉬빌>의 맺음말을 빌리자면, 이 영화의 마지막 중요 등장인물은 바로 우리, 위선적인 관객이다.

 

 

 

 

<잊혀진 사람들>은 다른 사회문제 영화보다 한 단계 높이는 결정적인 요소는 바로 보는 사람을 당황하게 만드는 공격적인 태도다. 이런 태도는 페드로가 소년원에 갇혀 기분 나쁜 표정으로 앉아 있을때 카메라를 향해 계란을 던지는 장면에서 가장 놀랍게 표출된다.

 

화려한 볼거리는 없지만, 관객이 진보적인 메시지가 담긴 영화가 주로 취하는 고상한 감수성 속에 안주하지 못하도록 방해하는 충격적인 방식을 갖고 있다. 우선 대사가 지나치게 신랄하고 냉담하며 모순적이다. 눈먼 까르멜로가 하이모의  패거리에게 구타 당하는 애처로운 장면은 멍하니 바라보는 닭을 비춤으로써 조롱하듯 끝난다. 게다가 부뉴엘은 메시지를 담은 영화가 일반적으로 취하는 타협을 모조리 거부한다.

 

 

 

 

<잊혀진 사람들>은 그 냉담한 태도와 건설적인 해결책의 결여 때문에 비판을 받았지만, 부뉴엘은 입법자가 아니라 예술가이며 이 놀랍도록 정직한 영화에 담긴 연민을 느끼기 어렵다면 그것은 단지 감상성이라는 완충물이 없기 때문일 것이다.

 

 

                                                                               부뉴엘 감독

 

멕시코(Ultramar) 85분 흑백

감독:Luis Bunuel

출연:Alfonso Mejia,Estela Inda,Miguel Incl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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