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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J헤라의 꼭 봐야할 영화>현기증(Vertigo 1958)

알프레드 히치콕 감독이 비평적으로도 상업적으로도 최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던 시기였음에도 불구하고, <현기증>은 처음 개봉된 당시 그다지 긍정적인 평가를 받지 못했다. 엉성하게 표현된 악당과 개연성이 없어 보이는 살인음모를 주축으로 한 복잡하고 설득력 없는 플롯에 많은 비판이 집중되었다.

 

 

 

 

악당의 정체가 폭로되는 부분도 '스쿠비두' 만화의 마지막 장면 정도의 놀라움밖에 주지 못한다. 클라이막스는 다른 일에 집중되어 있어서 살인자가 처벌도 받지않고 유유히 달아나는 것처럼 보일 정도다. 그래서인지 히치콕은 텔레비젼에서 내래이션을 하듯 필요도 없는 주석을 붙여 살인자가 정의의 심판을 받았다고 설명하고 있다.

 

 

 

 

중요한것은 이 영화를 이끌어가는 지미 스튜어트와 킴 노박의 묘한 관계에서 느껴지는 정말로 불편한 감정이었다. 그러나 저작권 문제로 상영되지 않았던 오랜 시간 동안 비평가들은 이 영화를 다시 평가하게 되었고, 이제는 거장 히치콕의 걸작 중 하나로 여겨지게 되었다.

 

존 스카티 퍼거슨은 프롤로그에서 고소공포증 때문에 동료의 목숨을 구하지 못한 사건이 발생한 후 사표를 낸 샌프란시스코의 전직 경찰이다. 그후 사립탐정으로 일하다가 옛친구 가빈 엘스터에게 그의 아내 매들린을 미행해달라는 의뢰를 받는다. 그녀는 19세기에 살았던 자신과 꼭 닮은 한 조상에게 병적으로 집착하고 있는 듯 하다.

 

 

 

 

영화의 전반부는 마치 유령이야기 같다. 매들린이 조상의 환생이라는 점은 그녀를 죽음으로 이끌어가고 그 와중에 스카티는 신경증에 걸린듯한 매들린에게 점점 매력을 느낀다. 여기서 관객은 서스펜스 뿐 아니라 분위기 연출의 거장이며, 피부에 닿는 듯한 초자연적인 느낌을 일깨우는 히치콕을 만나기 시작한다.

 

스카티가 죽은 매들린과 꼭 닮은 화려한 갈색머리의 점원 주디 바튼을 만나 관계를 맺게 되면서, 스튜어트는 특유의 소심한 연기 스타일을 벗어던지고 편집증적인 면모를 드러낸다. 스카티가 주디에게 매들린을 닮은 헤어스타일과 의상을 강요하면서 그녀를 통해 잃어버린 사랑을 되살리려는 장면은, 할리우드 주류 영화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파격적인 요소다.

 

마침내 매들린처럼 변한 주디가 흡혈귀같은 열망으로 스카티를 포옹하는 장면은 많은 이들에게 <싸이코>의 샤워 장면만큼이나 큰 충격과 정서적인 황폐함을 느끼게 한다.

 

 

 

 

히치콕의 다른 걸작 <이창>, <북북서로 진로를 돌려라>, <싸이코>처럼 <현기증>도 끊임없는 모방과 오마쥬와 재생산의 대상이 되었다. 브라이언 드 팔머의 <옵세션>을 비롯한 몇몇 영화는 장편영화의 형식을 띤 <현기증>의 다른 이름인것이다. 스튜어트의 현기증을 표현하기 위해 줌인과 트랙백을 동시에 사용하는 테크닉도 보편적인 레퍼토리로 자리 잡았다. 또 특정 분위기를 표현하기 위해 이 영화의 일부를 사용한 영화도 있다(테리 길리엄의 12몽키즈). 싸늘한 잿빛이 감도는 테크니컬러 영상과 초현실적인 느낌의 접사를 통해 묘한 분위기를 전달하는 순간과 끈질기게 무언가를 탐색하는 듯한 버나드 허먼의 음악 등 모든 것이 <현기증>을 상당히 매혹적이고 혼란스러우며 냉정하지만 낭만적인 영화로 만든다.

 

미국(Paramount) 128분 테크니컬러

감독:Alfred Hitchcock

출연:James Stewart, Kim Nova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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